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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향수 시, 노래 가사

by neostop0305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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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향수 시, 노래 가사

1920년대 잡지 『조선지광』에 발표된 정지용의 「향수(鄕愁)」는 고향 옥천의 자연과 가족, 그리고 일제강점기 청년 지식인의 내면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발표 후 한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교과서·시험 지문·음악회 레퍼토리로 끊임없이 소환되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 1순위’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1989년 작곡가 김희갑의 곡을 통해 가곡으로 재탄생한 뒤 테너 박인수와 포크 가수 이동원의 듀엣은 세대를 초월해 노스탤지어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정지용 향수 시 전문(全文)과 노래 가사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 시 원문은 노래 가사로도 그대로 사용됩니다. 후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가 반복될 때마다 선율은 반음씩 상승하며 청중의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립니다.

창작 배경과 시적 특성

  • 타향에서 태어난 고향 서정 : 작성 시기는 1923년 일본 유학 시절로 추정됩니다. 시인은 교토의 좁은 하숙방에서 옥천 수북리 들판을 그리워하며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 이미지와 리듬 : ‘금빛 게으른 울음’, ‘석근 별’ 같은 감각어는 시각·청각·촉각을 교차 자극하며 리듬감을 극대화합니다.
  • 리프레인 효과 : 각 연 마지막 행의 후렴은 노스탤지어를 증폭시키고, 시 전체를 음악적으로 엮어 줍니다.
  • 민족적 정서 : 일제 수탈로 고향을 떠난 이들의 상실감을 보편적 정조로 승화했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생애와 문학세계

  • 출생 : 1902년 5월 15일, 충북 옥천군 퇴계원리(현 옥천읍 수북리)
  • 본명 : 정진욱(鄭進旭)
  • 학력 : 휘문고보 졸업, 일본 도시샤대학 영문학과 중퇴
  • 직업 : 시인·문학평론가·교사(이화여전·휘문중학 등)
  • 대표 시집 :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 문학적 공헌 : 한국 현대시 최초로 이미지즘·모더니즘 기법 도입, ‘언어 음악화’ 실험, 후배 시인 박목월·조지훈 등 청록파 탄생의 토대 제공
  • 사망/실종 : 1950년 4월 24일 납북, 행적 미상

「향수」 노래로의 재탄생

1989년 가곡 「향수」가 발표되자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경계를 허무는 ‘한국형 크로스오버’라는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음원·방송·합창 편곡·드라마 OST 등 30여 년간 재해석이 계속되며 ‘국민 가곡’ 반열에 올랐습니다. 옥천군은 2014년부터 ‘향수 100리길’ 트레킹 코스를 조성해 문학 관광 명소화에 성공,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고향」 — 상실과 회환의 노래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 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은 향수를 품은 귀향의 기쁨 대신, 시대·인간사 변동 속에서 고향이 낯설어지는 상실을 노래합니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인간의 마음·사회가 변해 ‘비애의 디아스포라’를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그의 반」 — 사랑과 경외의 미학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나 -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연인 혹은 신성한 대상으로 해석되는 ‘그’를 향한 경외·헌신을 복합적 이미지로 엮은 작품입니다. ‘고산 식물’, ‘금성’, ‘바다’ 같은 상징군은 대상의 숭고함뿐 아니라 시적 화자의 열등감·흠모를 함께 드러냅니다. 후반부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이라는 고백은 일종의 영적 겸허로 읽힙니다.


「유리창」 — 투명한 창, 투명한 고독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 갔구나!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외로운 자아를 그린 모더니즘 시. ‘입김’과 ‘찢어진 폐혈관’ 이미지는 시적 화자의 절박함·죽음 충동을 함께 암시합니다. 어조는 고요하지만 내부 에너지는 폭발적이며, 한국어 단음절 어휘의 음악성을 최대화했습니다.


「호수」 — 짧은 시, 큰 울림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총 27글자에 불과하지만, ‘물리적 거리 vs 마음의 깊이’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간결미의 정수를 보여 줍니다. ‘호수’라는 공간 은유가 사랑·그리움·무한을 동시에 포괄합니다.


짧은 시 모음과 감상 포인트

  1. 「별」 : “운명이여 별이여 찬란한 나무에 걸린” — 별빛과 생의 유한성이 교차.
  2. 「바다」 : 수평선·돛단배 이미지를 통해 ‘개화기 인간’의 무한 추구를 상징.
  3. 「등불」 : 어둠 속 한 점 등불이 주는 온기와 희망을 집약한 4행시.
  4. 「산호」 : 산호초를 닮은 붉은 사랑의 불씨, 상처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포착.
  5. 「봄」 : “물빛 고운 들길에 먼 고향 소식이 푸르게 날아온다” — 자연과 기억의 교감.

감상 Tip

  • 정지용의 짧은 시는 생략과 여백의 미학을 극대화합니다.
  • 단어 하나하나가 시청각적 이미지를 품으므로, 낭독 시 호흡·강세를 세심히 조절하면 의미가 확장됩니다.

결론

정지용은 ‘이미지의 마술사’라 불릴 만큼 한국어의 음성·색채·촉각을 모두 동원해 고향·사랑·고독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혁신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향수」로 대표되는 그의 시 세계는 문학, 음악, 관광, 교육을 잇는 문화적 허브로 진화하며, 오늘도 우리에게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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